2020. 3. 20. 16:29ㆍ범죄자 이야기
미식축구 역사상 뛰어난 선수들은 많지만 최고의 러닝백을 뽑으라면 거론되는 이름들 중 하나인 ‘O.J.심슨’(이하 심슨)
1973년 시즌 MVP에 뽑히며 당시 그가 기록한 [게임당 143.7야드]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역대급 기록일 정도로 매우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그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었고 영화를 찍거나 버라이어티 쇼에도 참여할 만큼 다방면으로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1994년 6월 12일,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했던 ‘심슨’을 절망으로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가 전(前) 부인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친구 ‘론 골드만’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겁니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인들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고 소식을 접한 다른 나라의 유명 인사들까지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그 파급력은 상당했습니다.
사건이 있던 날 식당 종업원이었던 ‘론’은 친하게 지내던 ‘니콜’의 집에 방문했습니다. ‘니콜’의 어머니가 식당에 두고 온 시계를 돌려주기 위해서 말이죠.
얼마 후 두 남녀는 끔찍하게 살해된 상태로 발견됐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곳에서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증거를 포착합니다.
현장에 남아있던 피가 묻은 왼쪽 장갑,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을 토대로 유력 용의자들을 확인하던 경찰은 ‘니콜’의 전 남편 ‘심슨’을 의심합니다.
범인은 가라데 유단자인 ‘론’과 15분 가량 사투를 벌였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텐데 우연히도 ‘심슨’의 왼손에 상처가 남아있었던 겁니다.
사건 발생 5일 뒤인 6월 17일, ‘심슨’은 경찰을 피해 도주했고 그의 도주극은 ‘NBA 파이널’ 생중계가 중단되고 방송될 만큼 대단했습니다.
이따금 스스로 목숨을 끊을 듯한 제스처를 취하던 그는 결국 체포됐고 많은 이들이 그가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를 했다 생각했습니다.
검찰은 그가 범인이라 확신했고 이어 열린 재판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가지고 나와 ‘심슨’을 몰아붙입니다. 검찰이 제시한 결정적인 증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왼쪽 장갑에는 ‘심슨’, ‘니콜’, ‘론’의 DNA가 검출됐다.
- 오른쪽 장갑이 ‘심슨’의 집에서 발견됐다.
- ‘심슨’의 양말에 묻은 혈액에서 ‘니콜’의 DNA가 검출됐다.
- ‘론’의 셔츠에서 아프로계 머리카락이 발견됐는데 ‘심슨’이 아프로계였다.
- 현장에 있는 발자국의 사이즈가 ‘심슨’과 일치한다.
- ‘니콜’은 과거 ‘심슨’을 폭행으로 고발한 적이 있었다.
그 밖에도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도주하는 ‘심슨’처럼 보이는 인물을 봤다는 목격자까지 대동하며 그가 사건의 범인이라 주장합니다.
재판은 ‘심슨’에게 불리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 600만 달러(2020년 기준 한화 가치로 대략 100억원)로 [드림팀]이라 불리는 뛰어난 변호인들을 고용했고 그들은 불리했던 증거들을 하나하나 논파합니다.
우선 그들은 당시 DNA대조 기술이 완벽하지 않음을 지적했고 과학 수사 과정에서 DNA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장했습니다.
또한 DNA검사를 위해 ‘심슨’의 혈액을 채취해 갔는데 그 중 150mg이 사라졌다며 이에 관해 수사 담당관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질문하자 담당관은 침묵합니다.
변호사는 경찰이 ‘심슨’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그의 혈액을 사건 현장에 남긴 것 아니냐는 뉘양스로 질문을 이어나갔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감식반이 증거물을 맨손으로 다뤘고 피해자의 몸에 이불을 덮어두었는데 그 이불은 ‘니콜’의 집안에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니콜’의 집에 자주 들렀던 ‘심슨’의 DNA가 이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상황. 변호인들은 이로인해 ‘심슨’의 DNA가 현장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심슨’이 과거 가정폭력을 휘둘렀단 이유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될 수 없다며 실제로 가정폭력이 있던 가정 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0.1프로라는 통계자료를 내놓습니다.
잠시 여기서 짚고 넘어갈게 가정폭력이 있던 가정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0.1프로지만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과거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 범인이 가정폭력범일 확률은 80프로입니다.
즉 ‘심슨’의 변호인들이 그럴 듯한 말로 꾸민 통계의 오류지만 당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재판으로 돌아가 변호인들은 사건 담당 형사인 ‘마크 퍼먼’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며 1차 수사 과정에서 없었던 장갑이 후에 발견된 점을 지적, 그가 현장에 장갑을 두었다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해 ‘마크’는 묵비권을 행사했기에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커져 갔고 초반 검찰이 증거를 제시할때만 해도 ‘심슨’의 범행이 확실할 것 같던 재판의 판도는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된 장갑을 재판에서 직접 껴보며 ‘심슨’은 마지막 결정타를 날립니다. 그의 손에 끼기에 장갑이 생각보다 작았던 겁니다. (검찰이 껴보라고 제의 함) 26
이 장갑을 낀 상태로는 가라데 유단자인 ‘론’과 15분간의 사투를 벌이기는커녕 다른 범행조차 벌일 수 없어 보였습니다.
변호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재판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여론 몰이로 인해 배심원단마저 바뀌었고(총 12명 중 흑인 9명으로 바뀜) 1995년 10월 3일, ‘심슨’은 결국 무죄 판결을 얻어냅니다.
어떤 이들은 범인이 ‘심슨’의 아들이라 주장했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었기에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게됩니다. ‘심슨’은 무죄 방면 후 책까지 출판하며 다시 행복한 삶을 찾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997년 ‘니콜’의 유가족들이 ‘심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그는 패소하며 3350만 달러(2020년 기준 한화 가치로 대략 550억원)를 유가족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형사소송에선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음으로 무죄를 받았지만 민사소송에선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배심원 판결을 받으며 패소한 겁니다. 당시 배심원단은 백인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2007년에 강도질을 하다 체포되며 33년 형을 선고 받았고 2017년 10월 2일 가석방돼 출소했습니다. 32
한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유명인 ‘심슨’. 희대의 재판을 벌이며 무죄로 풀려나 언론의 이목을 받던 그는 말년에 죄악을 저지르며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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