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4. 17:19ㆍ범죄자 이야기
1967년 8월 11일 저녁,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사는 윌리엄 조셉은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오늘도 노동으로 지쳐있었지만 자신을 반겨 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윌리엄.
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을 기약하며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 후 부엌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윌리엄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생각하며 부엌으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한 낯선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낯선 남성의 이름은 윌리엄 헨리 퍼먼으로(이하 퍼먼)
윌리엄의 집에 물건을 훔치기 위해 숨어들었던 강도였습니다.
윌리엄은 퍼먼을 보고 놀랐고 그것은 퍼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퍼먼은 들고 있던 총으로 위협하며 들어왔던 뒷문으로 도망을 가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그는 넘어졌고 그 충격으로 총알이 발사되며 윌리엄의 가슴을 강타합니다.
한밤중에 울린 총성에 놀란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그 사이 퍼먼은 도망을 갔습니다.
아내는 윌리엄을 살펴봤지만 이미 그는 숨이 멎은 상태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인근에서 총을 든 채 떨고 있는 퍼먼을 발견해 체포합니다.
1941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퍼먼은 초등학교를 졸업 후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고
어릴 적부터 정신병을 앓고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습니다.
살인죄로 기소된 퍼먼은 과거 이력 때문에 조지아 중앙주립병원에서 심리 검사를 받았고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정신이상자라는 소견을 받게 됩니다.
1968년 9월 20일, 퍼먼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사는 퍼먼이 그날 강도의 목적으로
윌리엄의 집에 침입했다 발각되자 그를 살해했다 주장합니다.
퍼먼은 자신이 그날 강도질을 하려 했던 것은 맞지만 도망 치려다 발을 헛디뎌
총이 발사됐고 운 나쁘게 윌리엄의 가슴으로 날아가 그가 즉사했다 주장했습니다.
원래 살인에 있어서 어느 나라든 그 목적을 중요시 여깁니다.
만약 퍼먼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범행은 고의적이 아닌 우발적 살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검사 측 주장처럼 퍼먼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뒷문에서 넘어진 흔적과 땅에 남아있는 화약흔이 퍼먼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태라면 법정 공방과 추가 자료 조사를 위해 재판 기간이 길어질 테지만
그의 재판은 단 하루 만에 끝이 나고 맙니다. 배심원 평결 유죄로 말이죠.
현장에 남은 증거가 퍼먼이 윌리엄을 우발적으로 죽였다는 것을 암시했지만
판사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퍼먼은 항소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재판에 관심을 보였고
유명한 변호사들이 그의 변호를 맡으려 모여들었습니다.
퍼먼의 변호를 맡은 암스테르담은 1972년 1월 17일에 법정에서
사형이라는 제도가 미국 수정 헌법 제8조와 제1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수정 헌법 제8조
과도한 보석금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
미국 수정 헌법 제14조
노예 출신 흑인과 그 후손의 권리를 보장할 목적으로 규정된 법 조항으로
[적법 절차 조항]과 [평등 보호 조항]이 포함돼 있다.
암스테르담은 사형이 유능한 변호사를 동원할 수 없는 흑인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에 속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선 퍼먼의 재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배심원들은 사형제 선택에 대해 아무런 지침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증거를 듣고
피고인이 죽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했을 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배심원들은 사형을 선택할 때 불규칙적으로 행동합니다.
비슷한 범행으로 사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도 있는 반면 교도소에 간 피고인도 있습니다.
가난해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정신 질환이 있는 흑인 피고인들이
고등 교육을 받고 부유하며 정신적으로 건강한 백인 피고인보다
사형 선고를 더 자주 받는 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말이죠.
이러한 무작위적이고 인종 차별적이며 불공평한 결과들이
사형 제도를 잔인하고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1972년 대법원에 모인 대법관 9명은 논의를 통해 사형제는 수정 헌법 제8조를 위반한다 밝혔고
퍼먼의 사형에 대해 무효 처리라 판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형을 선고하고 실행한 점은 수정 헌법 제8조와 제14조를 침해한 잔혹하고 이상한 처벌이라고 선고한다. 따라서 사형 선고를 고수하는 한 각 사건의 판결은 무효가 되며, 사건들은 추가 심의를 거치도록 돌려보내진다.
이후 4년 동안 미국 37개 주에서는 사형의 임의 부과에 대한 법원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형법을 제정하게 됐고 1976년에 사형제에 대해 합헌이라 결론을 냈습니다.
이 사건은 [퍼먼 대 조지아 사건]이라 칭해지며
사형 제도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로 남게 됩니다.
사형을 면하고 수감 생활을 하던 퍼먼은 1984년에 가석방됐고 2004년에 고등 법원에서
강도 혐의를 인정하며 20년의 징역을 선고 받은 후 2016년 4월에 가석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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