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0. 09:37ㆍ범죄자 이야기
2008년 7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911센터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을 신디 앤서니라 밝힌 여성은 31일동안 손녀와 연락이 두절됐다 말했습니다.
네 911입니다.
우리집에 체포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지금 거기 있나요?
그리고 손녀가 실종됐을 가능성도 있고요. 한 달 째 3살짜리 손녀가 사라졌어요.
3살이요? 신고하신 적 있나요?
지금 하는 거에요.
알겠습니다. 체포가 필요하단 사람이 무슨 짓을 했죠?
제 딸이에요
무슨 짓을 저질렀죠?
자동차랑 돈을 훔쳤어요. 전 이미 올랜도 보안국에 전화했었고 이곳으로 부보안관을 보내주겠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차로 딸을 경찰서에 데려가려 했는데 열려있지 않더군요. 제가 집에 가서 전화하면 부보안관을 보내 준다고 했어요.
따님이 당신의 차를 훔쳤다는 거죠?
네.
그게 언제죠?
6월 30일에요, 방금 압수물에서 (차를) 돌려받았어요. 보안관과 통화하고 싶네요. 집으로 아무나 보내 줄래요?
한 달 전 딸이 손녀를 데리고 자신의 차와 돈을 훔쳐 나갔었는데
한 달 만에 돌아온 딸의 곁에는 손녀가 없었다는 신디의 신고 전화. 02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는 끊겼고
잠시 후 911센터로 신디의 전화가 다시 걸려옵니다. 03
조금 전에 부보안관님 댁에 전화했더니 제 손녀가 납치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달 째 행방불명이었어요. 제 딸은 결국 손녀가 행방불명된 것을 인정했고요.
지금 거신 주소가?
저희는 3살짜리 어린 소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제 딸은 마침내 베이비시터가 손녀를 데려갔다는 것을 인정했어요. 그녀를 찾아야겠어요.
따님이 손녀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요?
한 달 전에 데려갔다고 했고 제 딸이 계속 찾아 다녔다네요. 제 딸이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났다고 말했잖아요. 오늘 딸을 찾았단 말이에요. 근데 손녀가 안보여요. 딸은 자기가 손녀를 찾으려고 했다고 제게 말하더라고요.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오늘 차를 찾았는데 그 망할 차 안에서 시체 썩은 듯한 냄새가 난다고요!
알겠습니다. 손녀 이름이?
케일리, C-A-Y-L-E-E, 앤서니
케일리 앤서니?
네
실종된 지 얼마나 됐죠?
6월 7일 이후 본적이 없어요.
감정이 격해지자 그녀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잠깐만 진정해 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따님이 거기있나요? 그녀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 해도 괜찮겠어요?
잠시 후 신디의 딸인 케이시 앤서니가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베이비시터가 자신의 딸과 차를 훔쳐갔다 말했습니다. 04
여보세요
무슨 일인지 좀 말해주실래요?
제 딸이 31일동안 실종됐어요.
누가 그녀를 데리고 있는지 안다고요?
누가 데리고 있는지 알아요. 나는 그녀에게 연락하려고 노력했고 오늘 발신자 제한 번호로 전화를 받았어요. 딸과 1분정도 통화했어요.
도난 차량을 신고하셨나요?
엄마가 신고했어요.
차량도 도난당했다는 거죠?
네, 제 차량이요.
차종이 어떻게 되죠?
1998 폰티악이요.
부보안관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 살배기 케일리 앤서니가 실종됐다는 거죠?
네
한 달 전에 실종된 게 맞죠?
31일 전에요…
누가 데리고 있죠? 선생님 성함이?
그녀의 이름은 제나이다 페르난데스 곤잘레스에요.
누구? 베이비시터?
그녀에겐 2년가량 베이비시터일을 맡겼었어요.
왜 이제 와서 신고하시는 거죠? 왜 31일 전에 전화를 안한거에요?
전 딸을 찾고 있었어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그녀를 찾으려 했죠.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19살 어린 나이에 케일리를 임신했던 케이시는 처음에는 출산 후 케일리를
고아원에 맡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신디의 반대로 결국 그러지 못했죠. 05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는 채 어린 나이에 홀로 딸을 키우게 된 케이시.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고 부모님의 돈까지 훔치는 골치 아팠던 딸은 그렇게 엄마가 됩니다.
2008년 6월 15일, 그날도 부모님의 돈을 훔치다 들킨 케이시는 신디와 말다툼을 벌였고
평소보다 화가 난 그녀는 딸 케일리를 데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 뒤로 31일 동안 케이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신디의 손녀가 보고 싶다는 전화가 와도
지금 베이비시터랑 잘 놀고 있다는 대답을 하며 전화를 끊었던 케이시.
집을 떠나있는 동안 케이시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생활을 만끽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클럽에서 춤을 추며 술을 마셨고 어깨에는 Bella vita라는 문신을 새기기도 했죠. 09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문신까지 한 그녀는 젊음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시의 친구들은 당시 그녀가 케일리를 만나거나 통화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합니다.
그녀가 집을 떠난 지 한 달 후인 7월 16일에 신디는 손녀와 연락이 안된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폐차장에서 발견한 차량에서 시체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케이시는 케일리를 제나이다라는 베이비시터가
납치 했다고 주장했기에 제나이다를 찾는 것이 우선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제나이다를 금방 찾아낸 경찰은 그녀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케이시와 케일리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한 겁니다. 제나이다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13
또한 케이시는 자신이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제나이다에게 케일리를 맡겼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케이시는 몇 달 전에 해고 당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제 가장 의심스런 인물은 지속적인 거짓말로 경찰 수사를 방해한 케이시였습니다.
2008년 7월 16일, 결국 그녀는 위증, 공무 집행 방해로 기소됩니다.
처음 그녀의 주장은 베이비시터 제나이다가 케일리를 데려갔다고 했지만 그녀를 모른다는
제나이다의 말이 사실임이 드러났음에도 케이시는 어떠한 반론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08년 12월 11일, 로이 크롱크라는 사람이
신디의 집 인근에 있는 숲에서 쓰레기 봉투 하나를 발견합니다. 17
봉투 안에는 머리에 덕트 테이프가 붙어있는 뼈만 남은 상태인 아이의 유해가
담요에 감싸인 채 들어있었습니다. 케일리였습니다.
검시관은 케일리가 살해 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남아있는 흔적이 없다며 정확한 사인을 밝히진 못했습니다.
케이시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케일리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과 클로로포름이
케이시를 더욱 의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신디의 집에 있는 케이시의 컴퓨터에서 [목 부러뜨리기]와 [클로로포름을 만드는 방법]이
검색 기록에서 확인되자 검찰은 케이시를 의심합니다. 21
그녀의 남자친구가 SNS에 올린 “그녀를 클로로포름으로 유혹하자”라는 글 역시
현 상황에서 검찰이 보기엔 케이시를 수상히 여길만한 단서였습니다.
전문가는 아이의 몸에 일정량의 클로로포름이 들어가면 치사량이 될 수 있다 말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면 지속적인 거짓말을 했던 케이시를 수상히 여겼을 겁니다.
결국 살인죄로 기소된 케이시. 검사는 그녀가 클로로포름으로 케일리를 마취 시키고
테이프로 입과 코를 막아 질식사 시킨 후 시신을 차 트렁크에 방치했다 주장했습니다. 24
젊은 나이에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아이를 가지게 된 그녀에게 케일리는 어찌 보면 짐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케일리가 사망해 있던 모습이 앤서니가(家)에서 애완 동물을 묻어 줄 때의 모습과 동일하다며
이는 그러한 전통을 알고 있는 그녀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덧붙입니다.
케이시의 변호사는 우선적으로 컴퓨터의 경우 신디의 집에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도 있었다는 말을 꺼내며 반론을 시작했습니다.
2006년 6월 16일에 수영장에서 케일리가 익사했고 이를 발견한 케이시의 아버지 조지가
딸이 감옥에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범행을 은폐했다 주장합니다. 28
물론 조지는 이를 부정했지만 변호사는 어릴 때부터 케이시가 아버지와 오빠에게
성적으로 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꺼내며 여론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합니다.
또한 변호사는 신디가 말했던 시체 썩은 냄새라는 단어는
그녀의 평소 말버릇이라 지적했고 신디는 이를 인정했습니다.
케이시가 베이비시터의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조지와 말을 맞추려고 했던 거라고 말하던 케이시의 변호사. 31
변호사는 법의병리학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며 케일리의 머리에 붙어있던 테이프에서
케일리의 DNA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사망한 후 붙여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즉 사건이 조작됐으며 현장을 처음 발견한 로이가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꺼내며
재판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변호사의 주장에 물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이것은 검사측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였죠.
정황상의 증거 만으론 케이시에게 죄가 있음을 밝히기 어려웠습니다.
2011년 7월 5일, 하루의 심의 끝에 배심원단은 케이시에게 무죄를 평결합니다.
검찰측의 증거가 너무 빈약했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죠. 35
2011년 7월 11일, 판사는 케이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관에게 여러 거짓 증언을 했습니다.
자신이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회사측에 케일리의 실종을 전달했다는 증언.
베이비시터가 케일리를 돌보고 있다는 증언.
2008년 7월 15일에 딸과 1분정도 통화를 했다는 증언.
이러한 거짓 증언 때문에 불필요한 수사력이 동원됐고 인력을 낭비시켰습니다.
자치군 주에서 1년동안 거주하고 각 거짓 증언에 대해 법으로 지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0달러를 지불할 것을 명합니다.
그렇게 케이시는 2011년 7월 17일, 자유의 몸이 됩니다. 38
이 사건은 당시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다룬 방송을 내보낼 당시 평균 시청률이 30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5%가 케이시가 케일리를 살해했다고 믿고 있으며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물론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합당한 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 평결이기에 정당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41
검찰 측의 증거가 충분했다면… 좀 더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고 기소를 했다면
재판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릅니다.
사건은 케이시의 무죄로 끝을 맺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사망한 후에도
파티를 즐기며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문신을 한 어머니란 낙인은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케일리를 추도 하며그녀가 발견된 숲에는 꽃과 장난감, 편지들이 해마다 놓여진다고 합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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