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3. 14:24ㆍ미스터리 & 공포
1971년 11월 24일, 미국 포틀랜드 국제공항에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깔끔한 양복을 입은 중년의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공항에서 시애틀행 비행기표를 구입했고 잠시 후 727 항공기에 탑승했습니다.
남성의 이름은 댄 쿠퍼로 항공 역사상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은 해적 사건을 일으킨 남성입니다.
쿠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항공기가 이륙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술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비행기는 예정대로 이륙했고 쿠퍼 역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뒤쪽에 있는 승무원에게 메모를 건네줬는데 처음에 승무원은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 남성이라 생각하며 메모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쿠퍼는 승무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가씨 메모를 보는 게 좋을 거에요. 나는 폭탄을 가지고 있어요.”
후에 이 메모는 쿠퍼가 도로 가져갔기에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승무원은 쿠퍼가 가진 서류 가방에 폭탄이 있다는 협박용 메모였다 증언했습니다.
당시 공항에서 수하물 검사를 했다면 쿠퍼의 계획은 시도도 되지 않았겠지만
수하물 검사가 도입된 시기는 1973년부터였기에 그는 아무도 모르게 폭탄을 가져왔던 겁니다.
쿠퍼는 굳어있는 승무원을 옆에 앉게 시켰고 자신의 서류 가방을 열어
폭탄의 존재 여부를 확인시켜 줬습니다.
그는 승무원을 바라보며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1. 미국 화폐 20만 달러
2. 낙하산 4개
3. 시애틀에 도착하자마자 항공기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연료 트럭을 준비할 것.
1970년 기준 1달러는 대략 310원이기에 그가 요구한 금액은 한화 6,200만원.
당시 한국의 9급 공무원 월급이 6~7만원이었으니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승무원이 쿠퍼의 요구 사항을 조종실에 있는 기장에게 전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 육군 공군에서 근무했던 기장 스콧은
공항 관제소에 상황을 전달했고 이는 곧바로 연방 당국에 전해졌습니다.
항공기가 2시간 동안 선회하는 사이 FBI는 쿠퍼가 요구한 몸값을 모으는 한편
혹시 벌어질 불상사를 대비해 응급 요원들을 각 구역에 배치했습니다.
후에 승무원들은 쿠퍼가 예의 바르고 차분하며 말을 잘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음료를 가져다 주면 팁을 줬고 긴장해있는 그들에게 말을 걸며 침착하게 행동했다 합니다.
오후 5시 24분, 쿠퍼가 요구했던 조건이 충족되자 항공기는 공항에 착륙했고
그는 저격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 가리개를 내리게 한 뒤 요구한 돈을 받게 됩니다.
FBI가 모든 돈을 건네자 쿠퍼는 처음 메모를 줬던 승무원과 선임 승무원,
그리고 모든 승객에게 내리라 지시했습니다.
연료가 채워지자 그는 기장에게 멕시코 시티로 향하는 남동쪽 항로로 향하라 말합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항공기는 7시 40분 경 탑승객 5명만을 태우고 이륙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더 멀리있는 공항으로 가려 했지만 그가 타고 있는 항공기의
항속 거리 제한 때문에 중간에 있는 공항에 착륙해 연료 보급을 한번 더 하기로 합니다.
오후 8시쯤 쿠퍼는 승무원들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움직이지 말라 말한 뒤
낙하산을 차고 항공기의 뒤쪽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0시 15분, 항공기가 리노-타호 국제 공항에 착륙했을때
뒷문은 열려 있었고 쿠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항공기의 이동 경로와 그가 뛰어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분석해
지역 일대를 수색했지만 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FBI는 항공기 내부에서 66개의 확인되지 않은 지문을 확인했고
쿠퍼의 것으로 추정되는 넥타이와 넥타이 클립을 발견했습니다.
전대 미문의 해적 사건에 많은 FBI요원들이 동원되며 용의자들을 추려냈지만
800명이 넘는 용의자 중에 쿠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항공기가 이동할 당시 전투기를 비롯해 총 5대의 비행기가 그들을 따라갔는데
그들 중 아무도 쿠퍼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쿠퍼가 검은 옷을 입고 있었기에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말하며
그는 탈출에 성공했고 도주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쿠퍼가 강이나 깊은 숲에 낙하했고
결국 사망했을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2년간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쿠퍼의 흔적이나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FBI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78년 11월, 727 항공기 뒤쪽에 설치돼있던 인쇄물이
워싱턴, 캐슬 록으로부터 21km 떨어진 벌목 도로 근처에서 사냥꾼에 의해 발견됩니다.
1980년 2월 10일, 워싱턴, 벤쿠버 인근에 있는 테나 바라는 장소에서 놀던 소년이
5,800달러가 들어있는 봉지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결과 쿠퍼에게 주었던 20달러짜리 지폐였음이 밝혀졌고
FBI는 인근 지역을 수색했지만 더 이상 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쿠퍼가 항공기에 대한 전문 지식과 지형을 잘 알던 모습을 근거로
그가 항공업계 종사자이며 시애틀과 리노 사이에 거주했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말합니다.
FBI는 쿠퍼를 찾기 위해 45년동안 노력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2016년 7월 8일부로 수사는 중단됩니다.
현재 살아 있다면 90세가 넘었을 댄 쿠퍼. 그는 그렇게 항공 역사상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일으키고 사라진 남성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여담으로 이 사건 이후 727 항공기들은 비행 중 뒷문이 열리지 않도록 하는
[쿠퍼 베인]이라는 장치를 설치하게 됩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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