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6. 14:50ㆍ미스터리 & 공포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에 위치한 코로만델 반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한 이곳.
스웨덴에서 온 스벤 어반 희글린과 그의 약혼자 하이디 비르기타 파코넨 역시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1989년 4월 8일, 그들은 템스 근처 덤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배낭여행을 왔던 탓에 지인들은 그들의 소식을 늦게 접했고
5월이 되어서야 실종 신고를 하게 됩니다.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그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진행했지만
잼 틴스라 불리는 지역에서 하이디의 옷과 지갑, 사진만 찾아냈을 뿐 다른 흔적은 찾지 못합니다.
하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수색은 당시 스톡홀름 작전이라
칭해지며 뉴질랜드의 모든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얼마 후 중요한 제보가 들어온 겁니다.
뉴스에선 두 커플의 사진과 그들이 타고 다니던 차량을 공개했었는데
한 관광객이 그 차량을 알아 본 겁니다.
관광객은 데이비드 웨인 타미에라는 남성이 자신을 오클랜드까지 태워줬는데
그때 탔던 차량과 실종자들의 차량이 동일하다 주장했습니다.
데이비드는 실종 사건을 언론에서 제보하기 이틀 전인
1989년 5월 24일,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인물이었습니다.
1972년 18살 때 살인으로 체포됐지만 과실치사 혐의로 비교적 낮은 형을 판결을 받았고
1986년에 성폭행 혐의로 보석 기간 중 도망을 쳐 숨어 살다 체포된 데이비드.
경찰은 데이비드가 하이디를 어찌 해보려다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생각했고
감옥에 있던 그를 심문했습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스벤의 차를 우연히 발견해 타고 다녔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종자들을 본 적도 없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재판은 당연히 검찰에게 불리했고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데이비드의 무죄가 확실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검찰은 3명의 증인을 내세웁니다. 증인들 중 2명은 데이비드와
같은 감방에 있던 수감자로 그가 사건의 범인이라 스스로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의 후두부를 강타한 뒤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말했다는 데이비드.
증인들은 데이비드의 상황 묘사가 너무 상세해 그가 범인이라 확신했다합니다.
당시 데이비드가 스벤이 차고 있던 시계를 그의 아들에게 선물했다 말하며 웃는 모습은
마치 악마와도 같았다고 그들은 증언했습니다.
또 다른 한명의 증인은 코로만델 반도의 한 개간지에서 데이비드와 한 여성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녀가 하이디였던 것 같다 증언했습니다.
1990년 12월, 정황 증거 만으로 배심원단은 데이비드에게 살인 및 절도 혐의로
유죄를 평결했고 판사는 그에게 10년 후 가석방 신청이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시민 단체는 어떠한 증거도 없이 과거 범죄와 증인들의 증언만으로
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가면 안된다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들의 시위는 데이비드가 유죄 판결을 받고 10개월 후인 1991년 10월에
사냥꾼에 의해 발견된 스벤의 시신 때문에 더 격렬하게 벌어집니다.
스벤의 시신은 경찰이 데이비드가 범행을 저지른 장소라 주장했던 개간지로부터
73km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 검찰이 내세웠던 증인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난 겁니다.
재판 당시 증인은 데이비드가 스벤의 후두부를 강타한 뒤 바다에 유기했다 말하는 것을
들었다 주장했는데 발견 된 스벤의 시신에는 후두부에 아무런 흔적이 없었던 겁니다.
또한 데이비드가 아들에게 스벤의 시계를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증언했었지만
발견된 스벤의 손목에는 시계가 남아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유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지만 1992년 5월에 법원은
검찰측이 재판 당시 제시했던 “확실한 정황 증거”를 이유로 항소를 기각합니다.
1995년 8월 25일, 검찰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증인 중 한 명이
경찰의 부패와 사법 처리 의혹을 제기하며 증언을 철회한다는 진술서를 발표합니다.
이로 인해 뉴질랜드의 독립 경찰 행동 당국인 IPCA는 조사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증인은 비위(법에 어긋남) 혐의를 철회했습니다.
IPCA의 철저한 조사(?) 끝에 경찰이 어떠한 잘못도 범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며
법무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시민 단체는 거짓된 증언에 별다른 증거도 없이 명백하지 않은 정황 증거만으로
죄의 유무가 판결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거라 재판부를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입장은 단호했고 데이비드는 20년 후인
2010년 11월 15일이 되어서야 가석방이 허가되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가 과거 많은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순된 증언과 명백하지 않은 정황 증거만으로 죄의 유무가 판결되어선 안됩니다.
가석방 된 후 데이비드는 누명을 썼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인터뷰를 가졌고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베스트 다큐멘터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20년 지금까지도 하이디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하이디의 가족들에겐 그녀를 찾기 전까지 봄이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데이비드 또한 마찬가집니다.
자신의 무죄가 밝혀지기 전까지 그는 끝없는 싸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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