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4. 14:03ㆍ범죄자 이야기
2005년 9월 9일, 12시 45분. 싱가포르의 한 전철역 근처에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수상해 보이는 자루를 발견합니다.
“누가 이런 곳에 무단 투기를 한거야?”
투덜거리며 다가간 그는 자루 안에 든 내용물을 보고 놀라 넘어집니다.
자루 안에는 시신이 들어있었던 겁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피해자의 지문으로 그녀가 이틀 전 사라진 제인 파랑간 라 푸에블라라는 것을 알아냈고
어제 그녀의 고용주가 실종 신고를 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다음날 오후, 인근에 있는 공원에서 발견 된 여행용 가방에서
제인의 나머지 신체 부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방에는 9월 6,7일자 잡지의 페이지와
영어 신문, 스포츠 카드, 그리고 주소지가 적혀있는 라벨이 들어있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라벨에 적혀있는 주소지로 향했고 집주인 프라카시 말리아를 만납니다.
그는 피해자인 제인이 자신의 가사도우미 겐 갈레호 아길라와 아는 사이라 밝혔습니다.
프라카시의 말처럼 제인과 겐은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겐은 경찰에게 제인과 친하긴 했었지만 요 며칠 보지 못했다 주장합니다.
하지만 겐의 방에 있던 매트리스 밑면과 침대 아래 바닥에서
혈흔으로 보이는 자국이 발견되면서 그녀는 의심 받기 시작합니다.
방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제인이 발견 된 가방에 들어있던 것과 동일한
스포츠 카드가 나오자 그녀는 유력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첫 심문 당시 겐은 제인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9월 7일에 헤어진 뒤 보지 못했다 주장했습니다.
제인과 겐은 2005년 3월에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같은 필리핀 출신에 가사도우미 일을 한다는 공통점으로 그녀들은 금세 가까워 집니다.
서로의 왕래가 잦았기에 그녀들의 고용주들 역시 제인과 겐을 알게 됐고
그렇게 그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우정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런 자신이 제인을 죽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겐의 주장이었으나
사흘 뒤 그녀는 자신의 죄를 자백합니다.
2005년 9월 7일 오후에 제인은 겐을 찾아왔고 빌려간 2,000달러를 갚으라며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말다툼은 어느새 싸움으로 번졌고 싸움은 격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을 때라 그녀들을 말릴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싸우던 겐은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제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말했습니다.
그 뒤 겐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자백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이력과 겐의 배경을 고려해 그녀가 재범 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며
과실치사를 적용해 10년의 징역을 선고합니다.
세계에서 범죄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엄격한 법 때문에
큰 사건이 드문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1995년에 겐의 범행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당시 필리핀인이었던 범인은 사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로 인해 필리핀과 싱가포르 사이에 심한 외교적 불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인들은 많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주장하며 양국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때문에 재판부는 겐에게 사형이 아닌 징역 10년의 형을 선고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겐은 사회에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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