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8. 13:49ㆍ범죄자 이야기
1990년 스웨덴의 한 은행에 강도가 침입합니다. 하지만 경찰의 발 빠른 대처로
강도질을 벌인 스투레 버그월이 체포되면서 상황은 마무리 됐습니다.
체포 당시 이상한 말을 하며 초점 잃은 눈빛을 하던 스투레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신 이상 소견으로 인해 치료감호 처리 되며 정신 병동으로 이송됩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그의 눈빛은 초점을 찾기 시작했고
어느 날 자신이 과거 저질렀던 죄를 고백한다며 형사들을 부릅니다.
형사를 마주한 스투레는 자신이 1964년부터 스웨덴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30건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다 자백했습니다.
그의 첫 이야기는 불우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시작했습니다.
1950년, 스웨덴의 코스내스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부모님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스투레는 왜곡된 성 가치관을 갖게 됐고
이것은 그의 범죄를 촉진시킵니다.
첫 범죄는 1964년에 일어났습니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토마스 볼롬그렌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숲으로 유인했고 범행을 저지릅니다.
며칠 후 사망한 토마스가 발견됐지만 경찰이 추스른 용의자 목록에는
당시 소년이었던 스투레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인근에 살던 소년이 강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사람들은 소년이 강 근처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났다 생각했습니다.
모여든 사람들 뒤에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스투레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제
자신이 벌인 범행이 사고사 처리 되는 과정이 신기했다고 당시 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은행 강도로 체포되기 전까지
30건이 넘는 범죄를 저질렀다 자백합니다.
물론 처음에 형사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가끔 범죄자들 중에는
자신이 미제 사건의 범인이라 자백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거짓말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투레의 자백이 이어질수록 세부적인 내용과 자신이 직접 겪은듯한 상황 묘사는
그가 과거 미제 사건들의 범인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스웨덴의 공소 시효는 최대 25년이라 몇 건은 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었지만
그의 자백으로 인해 몇 건의 미제 사건들이 종결 처리 되기 시작합니다.
스투레를 범죄와 연관시킬 목격자나 기술적인 법의학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그의 자백만을 근거로 과거 범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내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법 집행 역사상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어느 날 스투레는 자신의 모든 자백을 철회합니다.
어이없는 그의 자백 철회에 몇몇 사람들은 그가 정신병원에서 치료 받을 당시
나쁜 치료를 받아 허황된 거짓 범행을 자백했다 주장합니다.
실제로 그는 A라는 남성을 자신이 죽였다 자백했는데 경찰이 추적해보니
A는 그런 일을 겪은 적도 없었다는 등 자백한 사건 중 몇 건은 거짓된 정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실 된 자백도 포함돼 있었을지 모르지만 자백 철회로 인해
과거 그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범죄까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펼쳐집니다.
저널리스트들은 그의 이야기를 TV다큐와 책으로 출판하면서
나쁜 치료가 거짓 자백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스투레가 심리학자들에 의해
거짓 자백을 하도록 조종당했다 주장하며 그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스투레가 자백한 사건 중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그의 입에서 나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자백을 철회했기에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유죄를 받아 내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1994년에서 2001년 사이 8건의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스투레는
자백 철회 후 2013년 7월에 모두 무죄라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판결 직후 그는 감옥에서 풀려났고 그 뒤의 치료는 기밀 사항이라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가 진짜로 범행을 저지른 건지, 거짓 자백을 강요받은 건지는 그만이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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