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딸을 죽인 남자를 심판대에 세운 아버지

 

 

 

1970년대 초에 ‘프랑스’의 회계사였던 ‘앙드레 밤베르스키’는

요즘 들어 잦은 외출과 귀가가 늦어지는 아내 ‘다니엘라’가 수상했습니다.

 

‘앙드레’는 그녀가 외도를 한다 생각했고 결국 그의 예상처럼

‘다니엘라’는 바람을 피우다 그에게 들키고 맙니다.

 

‘다니엘라’의 불륜 상대는 ‘독일’ 영사관에서 일하는 ‘디터 크롬바흐’라는 남성이었는데

‘앙드레’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앙드레’는 이혼을 했고 ‘다니엘라’와 ‘디터’는 1977년에 결혼을 합니다.

‘앙드레’가 마음 아팠던 것은 자신의 딸 ‘칼린카 밤베르스키’와도 헤어져야 했다는 겁니다. 04

 

항상 활발하며 건강했던 14살의 ‘칼린카’는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독일’로 건너가게 됐고 1982년에 ‘독일’의 프랑스 기숙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칼린카’가 여름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을 무렵인 1982년 7월 10일 아침.

긴급구조 센터로 딸이 숨을 쉬지 않는 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팀을 맞이한 것은

자신의 침대에서 싸늘하게 사망해있는 ‘칼린카’였습니다. 07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고 ‘디터’는 전날 있었던 일들을 진술하기 시작합니다.

 

“어제 저녁 식사 후 가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주사해주던 ‘Cobalt-Ferrlecit’(철분제 주사)을 ‘칼린카’에게 주사해 줬습니다. 그날 그녀가 빈혈을 일으킨다고 말했기에 치료를 목적으로 말이죠. 전 의사거든요. 자정이 돼 그녀에게 불을 끄라 말했고 잠이 안온다길래 수면제를 줬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심정지 상태인 걸 발견했고요. 일단 CPR을 실시하며 여러 주사를 투여하는 등 응급 조치했고 112(‘독일’의 긴급구조전화)로 전화를 걸었죠. 하지만 ‘칼린카’는 결국……”

 

이틀 후 실시된 부검에선 ‘칼린카’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점은 많았습니다.

 

 

우선 위에서 나온 음식의 상태는

그녀가 저녁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는 것을 가르켰습니다. 10

 

하지만 ‘디터’는 자정(12시)에 그녀에게 불을 끄라는 말과

수면제를 건냈다 주장했습니다. 무언가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칼린카’의 생식기에서 발견된 피 같은 얼룩과 흰색의 액상 물질.

하지만 누군가 뒤에서 손을 쓴 것처럼 조사 전에 ‘칼린카’의 생식기는 사라져 버립니다.

 

검사는 사건 발의를 거부했고 그렇게 ‘칼린카’의 죽음은

갑작스레 일어난 심장마비로 결론 지어지며 종료됩니다. 13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지만 소식을 접해 듣고 피눈물을 흘리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칼린카’의 친아버지인 ‘앙드레’였죠.

 

‘앙드레’는 ‘칼린카’의 부검 보고서 사본을 입수했고

그녀의 죽음에 ‘디터’가 관여돼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앙드레’의 요청으로 인해 ‘독일’에선 추가 조사가 이뤄졌고 ‘디터’가 ‘칼린카’에게 주사했던

‘Cobalt-Ferrlecit’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만약 ‘칼린카’의 죽음이 ‘Cobalt-Ferrlecit’에 의한 것이면 ‘디터’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주사를 한 후 자정에 ‘칼린카’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17

 

‘Cobalt-Ferrlecit’에 부작용은 투여 받자마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식사를 마치고 몇 분 후 사망했을 가능성 있다는 부검 기록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한 전문의는 ‘칼린카’의 폐에서 위에 있어야 할 내용물들이 발견된 걸 지적합니다.

위의 내용물이 폐로 넘어가는 경우는 혼수 상태나 마취 중에 사망했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날 ‘칼린카’는 저녁 식사 직후 주사를 맞고 순환기 장애, 의식 불명,

구토를 일으킨 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주장이었습니다. 20

 

1983년에 ‘앙드레’는 ‘디터’가 ‘칼린카’를 범하고 살해했다 비난하며

그를 재판대에 서게 했지만

 

‘디터’가 주사했던 ‘Cobalt-Ferrlecit’이 ‘칼린카’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결국 ‘디터’는 풀려납니다.

 

하지만 ‘앙드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85년에 그는 ‘툴루즈’에 묻혀 있던

‘칼린카’의 시신을 발굴해 ‘프랑스’의 의료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깁니다. 23

 

의료 전문가는 ‘칼린카’의 오른팔에 있는 주사 자국이

사망 직전에 생겼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녁 식사 후 ‘칼린카’에게 주사를 놨고 자정에 그녀에게 수면제까지 건내 줬다는

‘디터’의 주장은 모순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겁니다.

 

1995년에 ‘프랑스’는 [궐석재판]*을 열어 ‘의도치 않은 죽음을 초래한 고의적인 신체 상해’라며

‘디터’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독일’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합니다.

[피고인이 출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이뤄지는 재판]

 

1997년에는 ‘디터’가 자신의 10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2년의 집행유예와

의사 면허증을 잃었지만 그는 그때까지도 ‘프랑스’로 인도되지 않았습니다. 27

 

게다가 2001년에 유럽 인권 재판소에 의해 판결이 무효화 되면서 ‘디터’는

‘프랑스’로부터 대략 2억원(2020년 가치 기준)의 보상금을 받기까지 합니다.

 

2004년에 ‘독일 법원’은 ‘프랑스 법원’이 요청한 ‘디터’의 인도 청구를 기각하며

사건은 종결됐다는 서류를 보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앙드레’는 결국 폭발하고 맙니다. ‘독일’의 경우 중대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30년이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앙드레’는 직접 움직였습니다.

(독일은 중대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30년이고 계획성, 고의성이 있는 살인죄의 경우 시효가 없습니다)

 

2009년 10월 17일, ‘디테’는 ‘바이에른’에서 ‘앙드레’에게 고용된 사람들에게

납치 당해 ‘프랑스’의 ‘뮐루즈’에 있는 경찰서 울타리에 묶인 상태로 발견됩니다. 31

 

고용인에게 4,000만원(2020년 가치 기준)을 지불 하려 던 ‘앙드레’는 결국 체포됐고

‘독일’은 ‘프랑스’에게 ‘앙드레’와 ‘디테’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프랑스’는 이를 거절합니다.

 

결국 ‘프랑스’에서 열리게 된 ‘디테’의 재판에 몇몇 ‘독일‘ 여성들이 참석했고

’디테‘가 ‘Cobalt-Ferrlecit’을 사용해 자신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증언합니다.

 

2011년 10월 22일, 재판부는 ‘의도치 않은 죽음을 초래한 고의적인 신체 상해’를

인정하며 ‘디테’에게 15년의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34

 

‘디테’의 변호사는 지속적으로 항소를 하겠다 밝혔지만

2014년에 ‘프랑스 법원’은 ‘디테’의 모든 항소를 기각합니다.

 

‘디테’는 같은 범죄로 2번의 기소를 받는 다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유럽 인권 재판소에 항소했지만 2018년 3월에 그의 항소는 기각됩니다.

 

한편 ‘디테’를 납치해 ‘프랑스’로 데려온 ‘앙드레’를 ‘독일 법원’은 지속적으로 송환 요구했지만

‘프랑스 법원’은 그가 지은 죄에 대해 직접 벌을 내리겠다며 기각합니다. 37

 

2014년 5월 22일, 법정에 선 ‘앙드레’는 “복수가 아니라 정의를 원했다” 밝혔고

판사는 그에게 1년의 징역을 선고함과 동시에 법의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 밝혔습니다.

 

이로써 27년만에 자신의 딸을 살해한 남성에게 법의 심판을 안겨 준 ‘앙드레’는

‘칼린카’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