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의 매듭법

 

 

 

1990년 9월 15일, ‘체코’ ‘프라하’의 ‘블타바 강’에서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옆 숲길에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합니다.

 

여성의 몸은 나뭇가지로 덮여있었고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이미 그녀는 사망한 상태였던 겁니다.

 

그녀의 이름은 ‘블랑카 보코바’로 전날 광장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다음날 싸늘한 주검이 된 상태로 발견된 겁니다.

 

친구들은 ‘블랑카’와 오후 11시 45분에 광장에서 헤어졌지만

그녀는 한잔 더하겠다며 홀로 남아있었고

또 다른 목격자는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04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별다른 목격자도, 범인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으며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은 장소에서 범행이 일어났기에 수사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오스트리아’ ‘그랏츠’에서 ‘브룬힐데 마서’라는 여인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녀는 ‘그랏츠’에서는 유명한 매춘부로 손님을 만나러 간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두 달 후인 12월 초, 인근 지역에 사는 ‘하이데마리 해머러’가

실종됐다 한 달 후 마을 외각 나무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하이데마리’의 몸에 남아 있던 흔적은

4개월전 ‘체코’에서 사망한 ‘블랑카‘의 몸에 남아있는 흔적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아니 똑같았습니다.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었던 겁니다. 08

 

얼마 후 ‘그랏츠’로부터 600km떨어진 ‘브리겐츠’에서 처음 실종됐던 ‘브룬힐데’ 역시

동일범에 의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범인에 대한 증거도 목격자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범인의 윤곽도 잡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1992년 5월까지 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춘부였다는 점과

도시 외각의 삼림 지역에서 교살 된 상태로 발견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끈의 [매듭법]이 동일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언론에서도 이 끔찍한 이야기를 다뤘고

TV를 보던 ‘어거스트 셰너’는 순간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12

 

70세의 ‘어거스트‘는 은퇴한 전직 수사관으로 요즘 언론에서 보도되는 범행이

자신이 1976년에 맡았던 사건의 범행과 매우 유사하다는 걸 알게됩니다.

 

1976년, ‘오스트리아’에서 두 여성을 살해한 뒤 잡혔던 ‘잭 운터베거’.

그는 당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가석방 된 인물이었기에

‘어거스트’는 그를 의심했고 이 사실을 경찰들에게 알렸습니다.

 

2건의 살인을 했지만 재판 당시 정신병 진단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잭’은

수감 생활을 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전문가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유명해지자

재활 증거로 받아 들여져 1990년에 로비를 통해 가석방 된 인물이었습니다.

 

석방 후에도 그는 글쓰는 재주를 인정받아

‘오스트리아’의 한 잡지사와 계약을 맺어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16

 

수사관들은 ‘어거스트’의 제보처럼 과거 범행 방식과 흔적, [매듭법]이 일치하자

 ‘잭’을 의심했지만 아직 그렇다고 할 물적 증거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감시가 시작됐고 과거 행적을 조사하던 중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됩니다.

 

‘잭’이 일 때문에 다른 나라로 출장을 갔을 시기에는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던 점. 그의 카드 사용 내역이 피해자들이 실종되고 발견된 지역이 포함돼 있던 점.

 

수사망은 점점 좁혀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해외로 도주를 합니다.

 

도주 당시 그는 ‘오스트리아’ 언론에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찰들이 범인을 잡지 못해 나에게 범죄를 덮어 씌우려 한다“

“사회적으로 나를 매장하려는 곳에서는 한순간도 머무르고 싶지 않기에 떠난다.” 20

 

‘잭’이 해외로 도주한 뒤 그의 옷 섬유가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됐다는 증거를 찾은 경찰은

국제적으로 그를 수배했고 1992년 2월 27일 FBI에 의해 체포됩니다.

 

1994년 6월 20일, 11건의 살인 혐의로 배심원단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2

 

‘잭’은 항소 하겠다 밝혔지만 6월 29일,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됩니다.

그가 자살에 사용한 [매듭법]은 범인이 피해자들에게 사용한 끈의 [매듭법]과 일치했다 합니다. 23

 

공식적으로 그는 형을 받기 전에 사망했기에 ‘오스트리아’ 법률 상 무죄로 기록 되어 있습니다.

몇몇 이들은 옷 섬유와 [매듭법]의 증거 만으로 ‘잭’을 범인으로 확정 지어선 안된다며

 그의 무고함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살인 사건으로 종신형을 받은 뒤 갱생 했다며 가석방 된 ‘잭’.

하지만 그는 가석방 후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악마였고

자신의 쾌락에 몸을 맡기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낳은 괴물이었습니다.

 

여담으로 1976년에 수감된 후 자서전을 비롯해 여러 글을 써 내려가던 ‘잭‘이

얼마나 글을 잘 썼는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귄터 그라스’가

그의 자유를 요구하는 운동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합니다.

 

그는 자신의 글에 “아름다운 여자의 죽음만큼 시적인 주제는 없다.”

“사랑 받기 위해서는 여자가 아름다워야 하는 시대가 있고,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여자가 사랑 받아야 하는 시대가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