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6. 11:34ㆍ범죄자 이야기
‘미국’ ‘일리노이 주’ ‘윌 카운티’에 있는 ’윌밍턴‘은 인구가 6천이 넘지 않는 작은 도시입니다. ’케빈 폭스‘는 그런 ’윌밍턴‘에서 몇 대째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토박이였습니다.
‘케빈’은 자신이 자란 ‘윌밍턴’에서 결혼하며 두아이를 가진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에게 있어 이곳은 편안한 보금자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습니다.
2004년 6월 5일, 그날 ‘케빈’의 아내는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났고 ‘케빈’은 아이들과 저녁 늦게까지 콘서트에 놀러갔다 다음날 새벽 1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잠들어 있는 아이를 안은 상태로 집에 도착한 ‘케빈’은 침대까지 갈 힘이 없어 결국 아들 ‘테일러’와 딸 ‘레일리’를 거실 쇼파에 내려 놓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보던 ‘케빈’은 이불을 덮어 준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상태. 지금 ‘케빈’이 딱 그랬습니다. 그는 과자를 먹으며 TV를 시청하다 새벽 2시 30분쯤에 겨우 잠이 듭니다.
그날 아침 8시 무렵, ‘테일러’가 ‘케빈’의 방에 들어와 동생 ‘레일리’가 보이지 않는 다며 그를 깨웠습니다.
집을 살펴본 ‘케빈’은 현관과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고 ‘레일리’를 찾아 이웃집에도 방문했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겨우 3살된 여아가 집에서 잠을 자다 사라진 황당한 사건. ‘케빈’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접수자는 “아이가 잠시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말을 하며 실종 신고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케빈’이 결국 다른 응급 라인에 전화를 걸고 나서야 경찰은 출동했고 한시간 뒤에는 모든 마을 사람이 알게 될 정도로 소문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수백명의 주민들이 ‘레일리’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에 동참했고 몇시간 후 그녀는 집으로부터 1.5Km 떨어진 한 공원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레일리’의 주변에는 진흙이 떨어져 있었고 손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었습니다. 명백한 납치 살인.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레일리’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마을 인구를 넘는 6천명 이상의 조문객들이 그곳을 방문했고 그녀의 가족들과 같이 슬픔을 나눴습니다.
그런 장례식에서 ‘케빈’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케빈’이라 생각한 형사들이었죠.
그들은 ‘케빈’이 ‘레일리’를 우발적으로 죽이고 납치범의 소행처럼 보이게 꾸몄다 생각했습니다. 결국 ‘케빈’은 경찰서에 출두해 심문 받기에 이릅니다.
‘케빈’은 지금 변호사를 고용한다면 자신이 꼭 무언갈 숨기려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며 홀로 심문에 응합니다.
6월 말 형사들은 ‘케빈’과 그의 아내에게 아들인 ‘테일러’의 심문을 요청했고 ‘케빈’은 이를 수락했습니다.
그들의 심문은 일방적이었습니다. “아빠가 ‘레일리’를 데리고 집을 나가는 걸 봤니?”라고 물어보면 ‘테일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잠시 후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습니다.
한시간동안 이어진 심문에 지친 ‘테일러’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고 울먹거렸지만 심문관은 그를 놓아주지 않고 지속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178번. ‘테일러’가 같은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횟수입니다.
경찰은 심문과 동시에 ‘케빈’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케빈’이 범인이라 확정 지은 겁니다.
사건 당일 새벽 4시에 ‘케빈’의 차량으로 보이는 차가 마을 cctv에 잡힌 것을 본 경찰은 2시 30분에 잠들어 8시에 일어났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사건 담당관은 그가 집에서 화장실 문을 열 때 ‘레일리’가 머리에 부딪혀 쓰러졌고 그녀가 사망했다 생각한 ‘케빈’이 납치범의 소행으로 일을 꾸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케빈’의 심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하루의 14시간을 심문실에서 보낸 그는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형사는 그런 그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보자 제안합니다. 그때까지도 당당했던 ‘케빈’은 조사에 응했고 딸을 죽였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오라고 답했지만 거짓말 탐지기에는 거짓이라는 신호가 잡혔습니다.
요즘 시대에 거짓말 탐지기는 정확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정의 변화는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깐요. 하지만 이 당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를 본 형사는 곧바로 ‘케빈’에게 “우리는 당신이 한일을 알고 있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말이지”라고 말하며 자백하라 다그칩니다.
물질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던 상태라 심문관은 그가 자백하기를 원했고 강도 높은 심문을 하며 지금 자백하면 형을 줄여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결국 그렇게 ‘케빈’은 자신의 살인을 인정하며 살인죄로 구속되어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딸아이를 죽인 최악의 살인마라 욕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믿고 있던 사람들은 사건의 내막을 조사했고 ‘레일리’의 몸에서 나온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DNA검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들은 또한 범행 장소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증거품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특히 신발에는 ‘EBY’라는 이름이 적혀있어 범인을 추정하는데 큰 증거품이었습니다.
결국 ‘케빈’은 자신이 불합리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 자백을 철회하며 항소했고 DNA검사 결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된 DNA가 그와 일치하지 않음이 밝혀집니다.
‘케빈’의 항소는 받아 들여졌고 그는 8개월만에 석방됩니다. 추후 그는 자백을 강요한 형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1550만 달러(188억원)의 보상금을 책정 받았습니다. (후에 800만(97억원) 달러로 줄어듬)
그렇다면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사실 경찰은 더 빨리 진범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이 증거품으로 누락되지 않았다면 말이죠.
신발에 써있던 ‘EBY’. 이는 범인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증거품은 실질적으로 사건 발생 6년 후 FBI가 사건을 재수사 할 때가 돼서야 전달됩니다.
사건을 조사하던 FBI는 다른 이유로 수감된 ‘스콧 웨인 EBY’를 ‘레일리’ 살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의 DNA가 범인의 DNA와 일치했던 겁니다.
재판에서 ‘스콧’은 자신이 그날 약에 취해 강도짓을 벌이려다 잠들어 있는 ‘레일리’를 발견해 납치했고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봤기에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자백했습니다.
결국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고 진범이 잡히길 기도하던 ‘케빈’의 가족들은 6년만에 그들의 소원이 이뤄졌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후에 ‘케빈’의 아내는 ‘스콧’에게 사형 같은 한순간에 편해지는 길을 바라지 말고 감옥에서 평생 고통 받으며 살아가길 바란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살해 의심까지 받던 ‘케빈’…… 이제 그는 자신을 의심하던 눈에서 벗어났고 ‘레일리’를 그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
오류수정 : 레일리를 라일리로 수정합니다. 시청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ㅠ
'범죄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텍사스의 무법자 '존 웨슬리 하딘' (0) | 2020.03.04 |
---|---|
아자리아 챔벌레인의 실종. '딩고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0) | 2020.02.28 |
한 아이의 실종, 체포된 남성, 그리고 밝혀진 그의 범죄 (0) | 2020.02.24 |
100명의 소년들을 죽인 남성 '자베드 이발' (0) | 2020.02.22 |
평범해지고 싶었던 남성. 의사의 처방전을 무시했던 그의 말로 (0) | 2020.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