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3. 20:06ㆍ범죄자 이야기
1931년 10월 19일, 왼손에 붕대를 감은 한 여성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캘리포니아’의 ‘유니온 역‘에 나타납니다.
밤샘 열차를 타고 ‘애리조나’의 ‘피닉스’에서 이곳까지 온 여성은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녀가 짐을 내리는 순간 수하물 담당자인 ‘앤더슨’은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앤더슨’은 그녀에게 여행용 가방에서 심한 악취가 풍긴다며 혹시 안을 볼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녀가 갖고 있던 두 개의 가방에서는 이상한 색의 액체도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여성은 잠시 ‘앤더슨’을 바라보더니 여행용 가방은 자기 것이 맞지만 정작 열쇠는 동생이 갖고 있다며 잠시 후 역으로 동생이 마중 나올 테니 그때 열어 준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앤더슨’은 알았다 말하며 다른 볼일을 보고 있는 사이 그녀의 동생이 역에 도착했고 그들은 여행용 가방을 버린채 도망갑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앤더슨’은 경찰서에 수상한 여행용 가방을 누군가 버리고 도주했다 신고했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역에 도착한 경찰은 우선 악취가 풍기는 이 가방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억지로 자물쇠를 부쉈고 내용물을 본 순간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의 시신이 가방에 들어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말이죠…. 같이 들어있던 신분증을 통해 피해자는 ‘아그네스’와 ‘헤드비그’라는 여성으로 밝혀집니다.
그날 저녁 경찰은 도망간 여인을 수배하는 한편 피해자들이 동거하고 있던 집에 방문합니다. 몸싸움의 흔적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침대 두 개 모두 매트리스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안 총에 맞은 것 같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고 없어진 매트리스 중 하나는 몇키로 떨어진 공터에서 발견됩니다.
발견된 매트리스에선 핏자국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감식반의 의견과는 사뭇 다릅니다. 자는 동안 총에 맞았으면 피가 매트리스에 뭍지 않을리 없으니깐요
경찰은 다른 매트릭스에는 분명 증거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수색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자수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피해자들이 살던 장소를 구경하러 오는 시민들이 늘어났습니다.
집주인이 ‘피해자들의 집 투어 1인당 10센트‘라는 신문 광고를 내면서 인파는 늘어났고 신문사들은 사라진 범인을 ’호랑이 여인‘이라 부르며 [트렁크 살인 사건]을 연일 보도합니다.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4일 뒤인 10월 23일, 범인이 자수를 하면서 생각보다 빠른 시일내에 수사가 종료됩니다.
범인의 이름은 ‘위니 루스 저드’. 그녀는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친구인 피해자들을 죽였다 자백했습니다.
과거
‘위니’는 1905년 1월 29일에 ‘인디애나’에서 태어났습니다. 17살이 되던 해에 ‘윌리엄’과 결혼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윌리엄’은 모르핀에 중독돼 마땅한 직업을 찾기 어려웠고 자주 이사를 하며 불확실한 수입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전쟁 당시 군인들은 상처의 아픔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르핀을 사용하다 중독되는 일이 허다했고 일반 병사들의 처우는 전쟁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활고를 겪으며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부부는 일때문에 떨어져서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맙니다. 22
‘피닉스’로 이사한 ‘위니’는 부유한 집의 가정 교사일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한 남성과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남성의 이름은 ‘잭 할로란’으로 그는 이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사업가였습니다. 바람둥이로도 유명한 남성이었죠.
‘잭’은 ‘위니’에게 접근했고 결국 그녀는 그에게 빠져듭니다. ‘잭’은 그녀에게 좀더 편한곳에서 일하라며 ‘그루노 메디컬 센터’의 비서자리를 알아봐 주기까지 했습니다.
X-ray 촬영 기사였던 ‘아그네스’는 비서로 들어온 ‘위니’와 금방 친해졌고 ‘아그네스’의 룸메이트였던 ‘헤드비그’와도 곧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렇게 잘못된 만남이 시작됩니다.
다툼
사실 바람둥이었던 ‘잭’은 ‘아그네스’와 ‘헤드비그’와도 사랑을 나눈 사이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위니’의 마음속에선 분노가 자라났습니다.
‘위니’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져 갔고 잦은 말싸움을 하던 세 사람은 1931년 10월 16일, 크게 싸우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위니’는 그녀들이 사는 집에 방문했고 그런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겁니다. 이틀 뒤 ‘위니’는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들고 집을 나왔습니다.
가방 안에는 ‘아그네스’와 ‘헤드비그’가 들어있었고 ‘위니’는 그대로 역으로 향해 밤샘 열차를 타고 10월 19일날 ‘유니온 역’에 도착했던 겁니다.
재판
‘위니’의 자수로 사건은 빠른 시일내에 해결됐고 1932년 1월 19일, 재판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왼손에 남아있는 총상이 그 증거라며 세 명이 다툼을 하던 중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총을 쐈고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어를 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측은 ‘위니’의 손에 남아있던 총상은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해 그녀 스스로 입힌 상처이며 증거인멸, 수사 방해죄까지 더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주장합니다.
2월 8일 다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위니’에게 사형을 내려야 된다고 말했고 그녀는 항소했지만 결국 2월 17일에 열린 재판에서 판사는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사형 대기 기간 중 10일동안 이어진 검사 끝에 그녀가 정신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사형 선고가 유예됩니다.
공범?
1932년 12월 30일, ‘위니’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은 자신이 맞지만 증거인멸을 ‘잭’이 도왔다고 증언하며 그를 법정으로 끌어들입니다.
사건이 있던 날 피해자들을 죽인 후 ‘잭’을 만났고 시신을 확인한 그가 차고로 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오며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게 ‘위니’의 주장입니다.
매트리스를 버린 것도 ‘잭’이며 살인 후 그녀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잭’때문에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나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당 방위를 한 것이다. ‘잭’이 모든 증거들을 제거했다. 그는 내가 이 모든 일을 겪게 한 책임이 있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에게도 죄가 있다.
‘잭’의 변호사는 ‘위니’의 이야기는 [정신 나간 사람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그저 질투심에 눈이 먼 여성의 소설이라고 주장합니다.
1933년 1월 25일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위니’의 이야기가 일관성이 없고 특별한 증거도 없다며 ‘잭’에게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
공식적으로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앞서 열린 재판과 내용들은 사업에 큰 타격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그를 멀리했습니다. 결국 그는 1939년 54세의 나이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최후
1933년 4월 24일, 결국 ‘위니’는 사형 선고가 취소 되며 정신 병동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30년 사이 그녀는 병동을 6번이나 탈출합니다. 6번째 탈출은 그녀의 친구가 병원 정문 열쇠를 건내 주면서 탈출에 성공했고 6년이 지나서야 잡히고 맙니다.
6년 동안 그녀는 큰 저택의 가정부로 들어가 ‘마리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지냈고 결국 정체가 드러나며 체포된겁니다.
‘위니’는 그 시기 수완 좋은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변호사는 ‘위니’가 6년동안 사회에 탈출해서 별다른 일 없지 지낸 것을 빌미로 가석방을 요구합니다.
2년동안 법적 논쟁 끝에 ‘위니’는 1971년 12월 22일에 풀려났습니다. 추후 이일에 관해 법원은 그녀에게 명령한 것은 ‘퇴원’이며 이는 가석방이 아니라 밝혔습니다.
그렇게 사회로 돌아간 그녀는 1998년 10월 23일 ‘캘리포니아’의 ‘스톡턴’에서 9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후에 그녀의 이야기는 대중 매체에 소개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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