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6. 17:49ㆍ범죄자 이야기
1981년 1월 25일, 싱가포르의 토아 파요에 사는 한 남성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에 놓여져 있는 가방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버리고 갔을지 모르는 가방을 열어 본 남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가방 안에는 아홉 살 남짓의 여아 시신이 들어있던 겁니다.
신고를 받고 12번가의 아파트로 출동한 경찰은
발견된 시신이 어제 실종 신고가 들어온 아그네스 응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루 전인 1월 24일, 교회 수업에 참가했던 아그네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던 그녀는 그 길로 사라졌고 다음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겁니다.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을 수색하며 인근 주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3일 뒤인 2월 7일, 10번가와 11번가 사이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가잘리 마르즈키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가잘리는 전날 의문의 여성과 함께 택시에 탑승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가족에 의해 실종 신고가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검시관은 가잘리의 몸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아그네스와 비슷하다며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적했습니다.
범인은 아그네스때와는 다르게 흔적을 남겼습니다. 가잘리의 코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혈흔.
아마 유기는 밤에 일어났을 것이고 그렇기에 범인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혈흔은 12번가의 한 아파트까지 이어져 있었고
경찰을 범인의 거주지가 그곳임을 확신했습니다.
각 층마다 수색이 이뤄졌고 아파트 주민들은 경찰의 심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경찰이 7층에 도착해 수사를 벌이려는 찰나 그들은 수상한 남성을 목격합니다.
그의 이름은 아드리안 림. 경찰을 본 그는 도망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그의 집 내부를 살펴봤습니다.
집안은 매우 섬뜩했습니다. 입구에는 종교적 상징물과 제단이 놓여져 있었고
방 내부는 주황색 전등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힌두교의 신 칼리를 섬기며 치유 능력이 있는 무속인이라 설명하는 아드리안은
누구와 사냐는 경찰의 질문에 아내 캐서린 탠과 여자친구 호 카 홍과 함께 산다고 대답합니다.
경찰은 제단 앞에서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지적하자 아드리안은 처음에는 촛농이라 답했지만 이내 닭의 피라고 말을 바꿉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경찰들의 눈을 피해 무언가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려 했지만
그를 주시하고 있던 경찰에게 저지당하며 버리려고 했던 물건을 빼앗깁니다.
아드리안이 버리려고 했던 물건은 머리카락이었고
후에 DNA감정 결과 첫 번째 피해자인 아그네스의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평소 아드리안은 치료 및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해 주겠다며 여성들을 꼬셨고
이를 대가로 성적인 서비스를 요구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영혼의 단짝’이라 불린 캐서린과 호처럼 그에게 빠져든 여성도 있었지만
속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를 고소하면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죠.
이러한 내용을 전달 받은 경찰은 머리카락을 버리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한 그를 체포했고
그 과정에서 캐서린과 호가 경찰에게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자 그녀들 역시 체포했습니다.
아드리안은 자신이 사기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경찰의 시선을 분산 시키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자백했습니다.
케서린과 호 역시 그를 도왔음을 시인했지만
살인은 아드리안의 단독 소행이라 주장했습니다.
1983년 5월 25일, 재판부는 아드리안을 ‘혐오스럽고 타락한 존재’라 말하며 사형을 선고합니다.
이는 범행을 도운 캐서린과 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드리안은 법정을 나가면서 신께 감사한다며 눈물 흘리는 괴이한 모습을 보였고
캐서린과 호는 자신들의 죄 값이 너무 크다며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합니다.
1988년 11월 25일, 영혼의 단짝이라 불렸던 그들은
그렇게 사이좋게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경찰의 수사를 벗어나기 위해 시선을 분산 시키고자 죄 없는 이를 두 명이나 살해한 아드리안.
그리고 그를 위해 범행을 도운 캐서린과 호.
혐오스럽고 타락한 존재였던 그들은 그날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비슷한 존재들은 바퀴벌레 마냥 세상 곳곳에 숨어 평화로운 일상을 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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