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5. 16:27ㆍ범죄자 이야기
1998년 2월 11일 아침,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사는 롤라 캐터는
그린베이에 사는 딸 샌디 말로니의 집으로 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샌디의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그녀가 나오지 않자
롤라는 갖고 있던 보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집 내부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매우 어두웠습니다.
잠시 후 롤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불타버린 거실 소파와 주위에 떨어져 있는 담배들 뿐.
화재가 발생했지만 근처에 태울 것이 없어 스스로 불길이 진화된 듯 보이는 흔적.
롤라는 샌디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혼란스런 롤라는 사방에서 나는 연기 냄새를 뿌리치며 샌디를 찾아다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거실에서 롤라의 눈에 들어온 검은 형태.
처음에는 그냥 어떤 물건이 불에 탄 흔적이라 생각했던 그 검은 형태가
샌디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관은 조사를 시작했고
부엌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구겨진 5장의 메모를 발견합니다.
메모에는 “존에게, 나는 당신이 싫어, 하지만 정말 사랑했었어… 미안해…
아이들을 부탁해, 사랑하는 샌디가”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샌디는 남편 존과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잦은 우울증과 약에 의존하는 그녀에게 지친 존은 아이들을 데리고 따로 살고 있었죠.
양육권 문제로 이혼 합의가 늦춰지던 가운데 전해 진 샌디의 죽음.
마음이 멀어졌다 하지만 20년 넘게 같이 살았던 아내의 부고 소식에 존은 눈물 흘렸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에 관해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건물 곳곳에 재떨이가 있었고 담배꽁초로 가득했다.
테이블에 있던 전화번호부가 평소 담뱃불에 탔다 꺼진 흔적이 발견됐다.
소파 바닥에서 불에 탄 종이들이 발견됐다.
거실에 담배 꽁초를 포함한 재떨이, 불에 탄 성냥을 비롯해 가구에 자가 소화된 담배 자국 등이 보여 주는 주거지의 증거는 거주자의 흡연이 부주의한 패턴을 가졌음을 나타낸다.
소방 당국은 샌디의 죽음이 담뱃불에 의한 화재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그들의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샌디의 후두부에는 무언가에 맞은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그녀의 폐에 있는 일산화탄소가 치사량에 못 미치는 양이었습니다.
즉 샌디는 죽음은 화재로 인한 것이 아닌 누군가 그녀를 살해 후
화재로 위장했다는 결론이 나온겁니다.
사망 당시 그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4로
이는 술이 약한 이에겐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처음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샌디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듯 보였지만 부검 결과
타살임이 밝혀지자 경찰은 샌디와 이혼 준비 중인 존 말로니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샌디가 존에게 달마다 위자료 1,400달러를 요구하자
존이 그러한 범행을 저지른 거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습니다.
존은 사건이 있던 날 여자친구 트레이시 핼런브렌드와 함께 있었다 말했고
트레이시 역시 존이 밤새 자신과 함께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증명해줍니다.
그러나 몇 달 후 트레이시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그날 잠을 자는 사이에 존이 자리를 비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수사관들은 트레이시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도청을 준비하는 사이
트레이시는 존을 불러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트레이시는 존에게 그날 왜 샌디의 집에 갔냐며 질문을 유도했고
존은 이혼을 끝내기 위해서 갔다는 말을 하고 맙니다.
수사관들은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사건 당일
샌디의 집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존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으니깐요.
이 자백은 트레이시의 도움으로 녹음됐고 결국 이를 빌미로
존은 1급 살인죄로 체포됩니다.
검찰은 트레이시가 잠들어있던 오후 7시에서 7시 45분사이를 범행 시간이라 주장하며
샌디의 집 거실에 있던 시계가 화재로 인해 7시 53분에 멈춘 것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존이 샌디의 집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던 거짓말을 수습할만한 내용은 있지 않았습니다.
정황 증거만 있는 가운데 배심원단은 존에게 유죄를 평결했고
판사는 25년 후 가석방 신청이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존은 여자친구 트레이시가 돈에 허덕여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거라며 항소했지만
그의 항소는 끝내 받아 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존과 샌디의 아이들은 고모의 손에 맡겨져 자라고 있습니다.
고모는 가끔 아이들을 감옥과 무덤으로 데려가 부모님을 만나게 한다 합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이러한 사건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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