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이야기] 그는 더 빨리 잡힐 수 있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 데넘 스프링스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던 파멜라 키나모레는

2002년 7월 12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온 파멜라의 남편은 그녀의 차량이 주차 돼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생각하며 기다려봤지만 파멜라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외출시 쪽지라도 남겼을 성격이었기에 남편은 결국 실종 신고를 합니다. 

 

파멜라의 가족들은 그녀의 행방을 제보해 주는 이에게 75,000달러를 보상하겠다며

광고판을 비롯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고 무사히 그녀가 돌아오길 기도했습니다.

 

그들은 파멜라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희망은 실종 5일만에 깨지고 맙니다.

 

2002년 7월 16일, 인근에 있는 교량 부근에서 수색팀에 의해

사망한 파멜라가 발견된 겁니다. 타살임이 분명했습니다.

 

수사관들은 파멜라가 실종되던 날 범인이 집에서 그녀를 납치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판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에는 침입자의 흔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는 범인이 파멜라의 지인, 혹은 일면식이 있었거나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전문가일 가능성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범인이 그녀의 반지를 가져갔기에

경찰은 인근 금은방과 전당포를 돌아다녔지만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했습니다.

 

사실 파멜라의 집이 있던 배턴 루지 지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두건이나 일어난 전적이 있었습니다.

 

2001년 9월 23일,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하던

지나 윌슨 그린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 첫 범행이었습니다.

 

부검 결과 지나는 오전 9시경에 사망했고

범인은 그녀의 지갑과 휴대폰을 포함 여러 물건들을 가져갔습니다. 

 

다른 물건들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휴대폰은 건너편 마을의 한 골목에서 회수됩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인근 지역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8개월 후인 2002년 5월 31일, 배턴 루지에 살던

대학원생 샬롯 머레이 페이스가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오후 2시경 룸메이트에 의해 발견된 샬롯.

방에는 범인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샬롯은 사건 발생 이틀 전에 이사를 온 것이었는데 그녀가 얼마전까지 살던 곳은

첫 번째 피해자였던 지나가 살던 바로 옆집. 둘은 서로 이웃이었던 겁니다.

 

이번에도 범인은 지갑을 비롯해 샬롯의 개인 물품들을 가져갔지만

지나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발자국을 범행 현장에 남겼습니다. 

 

게다가 범인은 자신의 DNA를 피해자의 몸에 남겼습니다.

이것 때문에 파멜라의 사건을 비롯해 세 사건 모두 동일범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러던 중 목격자가 나타납니다. 목격자는 새벽 3시쯤 10번 도로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흰색 트럭을 보았는데 조수석에 타있던 여성이 파멜라와 닮았던 것 같다 말했습니다.

 

목격자는 파멜라를 닮은 여성이 눈을 감은 상태로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운전자는 백인 남성에 그리 큰 몸집은 아니었다 증언했습니다. 

 

트럭이 향한 방향이 파멜라가 발견된 장소와 같은 방향이었다는 것 또한

목격 진술의 신빙성을 더해 주었습니다.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운전자의 스케치가 만들어졌고

경찰은 흰색 트럭을 찾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2002년 8월, FBI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사건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수사팀이 꾸려졌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사팀은 두 번째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발자국을 주목했지만

동네 할인점에서 흔히 파는 브랜드의 신발이라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수사에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상한 남성을 봤다는 또 다른 목격자가 나타납니다. 목격자는 식료품점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있을 때 수상한 남성이 자신에게 말을 걸며 주차장까지 따라왔다밝혔습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조이라 소개한 남성은 자신의 체격이 작긴 하지만

여성을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강하다며 목격자에게 작업을 걸었습니다.

 

목격자가 자리를 피하려하자 선물이라도 주고 싶다며 본인의 차량으로 갔는데

그 차량이 흰색 트럭이었고 그가 꺼내 준 선물은 나무 한 그루였다 합니다.

 

목격자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에 겁이 나 자신의 차량으로 도망쳤고

그가 자신의 흰색 트럭을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수사팀은 예전 흰색 트럭을 몰던 남성의 스케치를 보여줬는데

목격자는 스케치를 보자마자 자신에게 작업을 걸던 조이와 똑같다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에 진전은 없었습니다.

범인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았고 그의 범행은 지속됩니다.

 

2002년 11월 21일, 육군에서 2년을 보내고 해병에 입대할 준비를 하던

트렌샤 드네 컬럼비아가 실종됩니다.

 

그날 오후 트렌샤의 차량이 발견됐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3일 후 그녀는 차로부터 50km 떨어진 숲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그녀의 몸에서 발견된 DNA는 범인의 것이었습니다.

트렌샤는 배턴 루지 지역 밖에서 발견된 첫 피해자였습니다.

 

수사팀에 합류한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범인은 25~35세 사이의 백인 남성.

 

피해자들을 혼자서 들고 진흙투성이인 지역 등 불안정한 지형을 돌아다닐 정도로 신체 능력이 뛰어난 자.

 

그렇기에 힘이 필요한 직장을 다녔을 가능성이 높음.

 

범인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의사소통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위치에서 일했을 것이고 평균 이하의 수입을 벌었을 가능성이 있음.

 

충동적이기 보다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범행 전 피해자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일정 기간 관찰했을 가능성이 높음.

 

 

2002년 12월, 수사팀은 범인의 몇몇 단서를 공개했고 같은 달 대책 위원회는

약 100명의 잠재적 용의자로부터 DNA샘플을 수집할 것이라 발표합니다. 

 

용의자들은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DNA샘플을 제공했고

불응한 사람들은 추가 조사를 받았지만 누구도 범인의 DNA와 일치하진 않았습니다.

 

수사는 1년 6개월을 넘어갔고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몇몇 이들은 수사팀이

발자국 같은 증거를 공개해 범인에게 증거 인멸할 기회를 주었다며 비난했습니다.

 

2003년 3월 3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캐리 린 요더가 자신의 집에서 실종됩니다.

그녀의 집은 두 번째 피해자였던 샬롯의 집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캐리의 남자친구는 3월 5일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 그녀를 걱정해 집에 방문했고

뒷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던 겁니다. 

 

그로부터 8일 뒤인 3월 13일, 파멜라가 발견됐던 장소 인근에서

캐리 역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전문가들은 목격자가 말했던 흰색 트럭과 백인 남성이라는 점에 너무 집중해서

중요한 증거들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며 용의자 추적에 제한을 두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사팀에게 자신을 다이앤 알렉산더라 소개한 여성이 집에서 쉬고 있을 당시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고 달아난 일을 신고하면서 범인의 꼬리가 잡혔습니다.

 

2002년 7월 9일, 다이앤이 집에서 쉬고 있었을 당시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공격했는데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 아들을 본 범인이 도망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범인이 젊은 흑인 남성이라 밝혔고 스케치 전문가들을 통해

2003년 5월 22일에 몽타주가 만들어졌습니다. 

 

몽타주를 본 지역 경찰은 그가 동네에서 문제를 자주 일으켰던 인물인

데릭 토드 리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수사팀은 곧바로 데릭은 체포 했고

그가 앞선 사건에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데릭은 1992년부터 불법 침입, 강도, 스토킹을 비롯해 여러 범죄를 저질러

감옥을 자주 오갔던 인물이었습니다. 

 

백인 남성만을 용의자로 선정하며 좁은 시야로 범인을 잡으려 한 수사팀 때문에

과거 범죄 경력이 많았던 데릭이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과거 다른 미제 사건 역시 데릭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그는 7건의 범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활하며 자기애가 강했던 데릭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진단했습니다. 

 

자신의 형이 집행 되기를 기다리던 데릭은

2016년 1월 21일, 루이지애나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합니다.

 

그렇게 배턴 루지에 살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남성은

죄값을 받기도 전에 어이없게 사망하면서 지옥으로 도망갔습니다.

 

여담으로 데릭을 잡는데 결정적인 제보를 했던 다이앤은 보상금 10만 달러를 신청했지만

핫라인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는 이용 약관에 위배된다며 보상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