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2. 11:04ㆍ범죄자 이야기
1991년 5월 30일,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살던 ‘케이 시버스’는
새벽 4시에 몸을 뒤척이며 깨어났습니다.
몇 시간 전 그녀는 남편인 ‘윌리엄 시버스’가 준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었는데
뭔가 불편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어 일어난 겁니다.
'윌리엄'은 지역에서 존경 받는 병리학자였으며 검시관직에 있는 의사였습니다.
그는 자주 가족들에게 영양제를 비롯해 간단한 처방을 직접 해줬고 그날 수면제도 마찬가지였죠.
‘케이’는 52세의 나이였지만 과체중에 흡연가였기에 자주 손발이 저렸고
심장에 통증을 갖고 있었기에 그날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가라 앉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케이’는 집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처음 그녀를 발견한 것은 '윌리엄'이 집으로 보낸 직원 두명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윌리엄'은 ‘케이’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심장이 아프다 말하자
테스트를 위해 그녀의 피를 뽑으려 했지만 혈관을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고 출근합니다.
평소에도 그런 증세를 보였던 아내였기에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걱정이 된건지
직원을 집으로 보냈고 그렇게 ‘케이’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 된 겁니다.
의문 (疑問)
그 뒤 '윌리엄'의 행동은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검시관으로 일했던 그가 아내의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가져갔고 부검을 거부했던 겁니다.
‘파나마시티’ 지역에서 사망한 사람의 부검은 모두 '윌리엄'이 맡고 있으며 혹여
고인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부검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벌였을까요?
얼마 후 경찰서로 “'윌리엄'이 자신의 아내 ‘케이’를 죽였다“라는
익명의 제보가 있고 나서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과거 '윌리엄'이 보존 된 신체 부위를 자주 집에 가져오는 것을 본 ‘케이’가
“내가 사망할 경우 부검하지 말아줘.”라고 했기에 그는 부검을 하지 않았다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두 개의 주사 자국과 갑작스런 사망, 익명의 제보는
누가 봐도 의심스러웠고 경찰은 다른 검시관을 통해 ‘케이’의 부검을 의뢰합니다.
검시관은 ‘케이’의 몸에서 독성을 띈 물질은 따로 검출되지 않았다 밝혔지만
그사이 언론에서 그녀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한가지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600만 달러(약 72억원)의 자산을 가진 '윌리엄'이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다
‘케이’가 이를 알아차렸고 위자료를 지불하기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말이죠.
의혹 (疑惑)
처음에 이를 부정하던 '윌리엄'은 결국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것과 아내의 죽음은 별개라며 그녀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기에 자연사 했다 주장합니다.
검찰은 '윌리엄'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케이’의 몸에 남은 주사 자국이
'윌리엄'이 알 수 없는 물질을 주사한 흔적이며 이는 고의적 범행이라 판단한 겁니다.
‘케이’의 혈액에서 발견 된 [염화칼륨]이 그녀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검시관의 소견이 있었기에 검찰은 '윌리엄'을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염화칼륨]의 경우 사형수의 ‘약물주사형’에 쓰이는 물질로
과다 투여는 인체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 정확한 검사를 위해 법원에 2차 부검을 의뢰했지만
‘케이’의 아들을 비롯해 가족들의 거부로 인해 검찰은 한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전문가들이 사람의 신체는 사망 후 혈관이 일상적으로 파열돼 [염화칼륨]을
혈류로 방출하기 때문에 혈액이나 조직에서 정확한 결론을 이끌 수 없다 밝혔습니다.
의심 (疑心)
하지만 검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는 고질적인 심장 질환과 호흡 곤란을 앓던
환자였는데 그날 '윌리엄'이 ‘케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이 수상했던 겁니다.
당시 ‘케이’의 몸에 남아있던 주사 자국은 무언갈 주사 했음이 분명했고
'윌리엄'은 주사기를 집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했지만 이 역시 이상했습니다.
만약 집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있다면 집안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후
모아서 한번에 버리지 일부러 그거 하나만 집 앞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습니다.
집 안에 있는 쓰레기통이 꽉 차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검찰은 '윌리엄'이
주사기에 있던 내용물, 즉 독극물을 들키지 않으려 그런 행동을 벌였다 생각합니다. 24
'윌리엄'은 모든 것은 그저 검찰의 소설이며 자신은 원래 오염 된 주사기는
집이 아닌 외부 쓰레기통에 버린다 주장합니다.
게다가 검찰이 주장한 자신의 범행 사유인 바람을 피웠던 건에 대해선
“간음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들이 아내를 죽였다면 감옥이 비좁을 것이다.”라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윌리엄'은 풀려났고 예전 바람을 피웠던 여성과 재혼 한 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로 이사를 갑니다.
확증 (確證)
하지만 검찰은 '윌리엄'이 여전히 사건의 범인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화학물질에 대한
<새로운 검사법>을 통해 ‘케이’의 혈액에서 [석시닐몰린]이라는 물질을 발견합니다.
[석시닐몰린]은 [석시닐콜린]이 분해돼 나오는 물질로
[석시닐콜린]은 근육 조직을 이완해 마취 시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2001년 3월, '윌리엄'은 1급 살인죄로 유죄를 판결 받습니다. '윌리엄'의 변호사들은
<새로운 검사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샘플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항소했습니다.
2003년 2월 항소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검사 방법이
새로운 과학적 접근이라 검증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재판을 명령합니다.
법정 공방이 오가는 도중 '윌리엄'은 폐에서 암을 제거했고
방광암과 당뇨병을 앓는 70세의 노인이 됐습니다.
끈질긴 검찰의 기소에 지친 '윌리엄'은 결국 과실 치사 혐의로 합의를 봅니다.
그렇게 '윌리엄'은 50만달러의 벌금과 10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014년 4월 19일, '윌리엄'은 81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과연 ‘케이’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아니면 ‘윌리엄’이 주사한 무언가가
그녀의 죽음에 관여한 것인지는 그렇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끝을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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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검찰은 <새로운 검사법>의 정확성을 검증했지만
[석시닐몰린]이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인해
증거로 채택되진 않았다.
‘윌리엄’의 막내 아들은 1993년에
“아버지가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다.”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37
‘윌리엄’의 재혼 상대인 ‘주디 레이 시버스’는
“그가 나와 바람을 피운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음자가 살인자는 아니다.”라며
‘윌리엄’의 결백을 믿었다.
“내가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면 무조건 화장을 했을 것이다.”라며
‘윌리엄’은 자신이 검찰과 불합리한 합의를 봤지만
아내를 죽인 범인은 아니라 끝까지 주장했다.
[석시닐몰린]은 1992년 보훈병원에서 환자 10명을 살해한 ‘리처드 윌리엄스’가 사용한 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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