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입니다....

 

 

피고의 오만하고 지배적인 성향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무자비한 범죄자로 아무런 감정도 없고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서만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1999년 1월 17일,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를 선고 받은

‘토마스 카파노’를 보며 판사가 한 말입니다. 

 

1949년 ‘미국’ ‘델라웨어주’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토마스’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했기에 주위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자라납니다.

 

재력, 학연, 연줄. 모든 것이 빠질게 없었던 ‘토마스’는 변호사로 성공했고

주지사의 법률 고문을 맡았기에 정계에서 그를 모르는 이는 없었습니다.

 

1994년 ‘토마스’는 정부 관료였던 ‘톰 카퍼’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고

그의 비서인 ‘앤 마리 패히’를 만났습니다. 

 

아내와 별거 생활을 하던 ‘토마스’에게 ‘앤’은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결국 둘은 깊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1년간 이어진 그들의 잘못된 관계는 1996년 6월 27일, ‘앤’이 실종되면서 끝이 납니다.

그날 ‘앤’을 마지막으로 본 자는 ‘토마스’였습니다.

 

3일 뒤 ‘앤’의 가족들은 그녀가 ‘토마스’와 저녁을 먹으러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실종 신고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실종자의 마지막 동행자는 유력 용의자로 분류됩니다.

‘토마스’는 그날 ‘앤’과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FBI까지 수사에 참여하며 ‘앤’의 실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시작됐고

‘토마스’의 주변 인물들 역시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토마스’의 동생인 ‘게리’가 얼마 전에 소유하고 있던 보트 한 척을 판매했는데

보트에 있어야 할 닻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닻이 사라진 보트를 왜 그리 급하게 팔아야 했을까?“라는 의문에 검찰은

‘게리’를 집중적으로 심문했고 결국 그의 입을 여는데 성공합니다.

 

6월 27일, ‘앤’이 실종된 날. 집에서 TV를 보며 선잠이 들었던 ‘게리’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투덜거리며 밖을 내다보니 형인 ‘토마스’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고

그의 뒤에는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보였습니다. 

 

문을 열어주자 ‘토마스’는 자기를 갈취하려는 누군가를 살해했다 말하며

[아이스박스]를 가리켰고 ‘게리’에게 자신을 도와달라 부탁합니다.

 

형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게리’는

‘토마스’와 함께 [아이스박스]를 자신의 보트에 실어 바다로 향합니다.

 

‘게리’는 형을 도와 바다에 [아이스박스]를 버렸지만 가라앉지 않고 떠있자 당황해

다시 건진 뒤 닻에 묶어 버렸다 자백했습니다. 

 

‘게리’가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기에 이제 ‘앤’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증언으로 ‘토마스’를 체포할 순 있었습니다.

 

검찰은 ‘토마스’가 흉기를 구입했다는 증거도, ‘앤’의 시신을 발견하지도 못한 상태였기에

결국 정황증거와 ‘게리’의 증언 만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그를 심문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토마스’의 또 다른 애인인 ‘데비’가 예전에 총을 구입해 그에게 주었다 증언했고

재판은 점점 그에게 불리해져 갔습니다.  

 

그때까지 침묵하던 ‘토마스’는 그날 ‘앤’과 자신이 있던 방에

‘데비’가 총을 들고 나타나 몸싸움을 벌이던 중 ‘앤’이 사망했다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날 ‘데비’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결국 ‘토마스’는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2006년 1월에 대법원은 ‘토마스’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배심원 평결에 의한 사형 선고는

불합리하다 여겨 사건을 재청구 했고 결국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23

 

2011년 9월 19일, ‘토마스’는 자신의 감방에서 심장마비로 인해 숨진 상태로 발견됩니다.

그렇게 ‘토마스’는 지옥이라는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수사 중 ‘토마스’가 버렸던 [아이스박스]를 어부가 발견했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앤’의 시신은 [아이스박스]가 열리면서 유실됐을 것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