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2. 12:40ㆍ범죄자 이야기
경찰관들이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 벽들이 아주 단단하다 말하면서 순수한 과시욕에 사로잡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지하실 벽을 쳤다.
그때 벽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더니, 점차 길고 요란하고 괴이한 소리로 변했다.
경찰관들은 벽을 무너 뜨렸다. 아내의 머리 위에 그 가증스러운 짐승이 앉아 있었다.
제가 지금 읽어드린 대목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의 일부분입니다. 소설은 우발적인 사고로 아내를 죽인 주인공이 아내의 시신을 벽에 감췄다가 적발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 역시 그렇습니다.
2012년 11월 13일, 성남시에 있는 한 단란주점의 벽에서 ‘송씨’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송씨’는 주점의 색소폰 연주자로 한달간 며느리가 연락이 되지 않자 신고하였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이 주점은 올해 5월까지 ‘송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김씨’와 그녀의 동거남 ‘박씨’에게 4,500만원에 가게를 넘긴 상태였습니다. 05
당시 ‘김씨’는 돈이 부족하다며 2,000만원의 잔금을 남겼고 이 돈으로 인해 ‘송씨’는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된 상태로 벽에 묻히고 만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가게를 넘긴 뒤로도 ‘송씨’는 주점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며 지내고 있었고 가끔 ‘김씨’를 볼 때 마다 잔금 2,000만원을 달라고 말하였습니다.
금방 준다는 ‘김씨’는 차일 피일 미루더니 어느 덧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를 지켜보던 동거남 ‘박씨’가 자신이 해결한다며 잔금을 지급할테니 9월 6일 오후에 ‘송씨’에게 가게에서 보자고 합니다.
가게에 도착한 ‘송씨’에게 ‘박씨’는 1,700만원을 넘기며 나머진 가게가 안전점검에 지적받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비용에 썼고 이는 ‘송씨’가 미리 대비하지 않았던 탓이라며 이걸로 끝내자 말합니다.
당연히 ‘송씨’는 화를 내었고 고성이 오가는 사이 ‘박씨’는 테이블을 발로 찼는데 하필 ‘송씨’가 충격으로 뒤에 있는 기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져 결국 사망합니다.
순간 놀란 ‘박씨’는 여행용 가방에 ‘송씨’를 넣어 주점 다용도실에 숨겨놨습니다. ‘김씨’에게는 잘 해결했다고 전한 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 ‘박씨’.
여름이였기에 ‘송씨’의 시신은 빠르게 부패하기 시작했고 가게 직원이 ‘박씨’에게 다용도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전하자 그는 순간 흠칫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범행이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박씨’는 직접 만든 나무상자에 ‘송씨’가 들어있는 여행가방을 통째로 넣었고 못질 후 모서리에 실리콘까지 바르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9월 14일, ‘박씨’는 방수설비업자를 불러 주점 홀 벽면에서 물이 샌다며 시공을 위해 벽을 뜯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설비업자는 체크도 안하고 다짜고짜 벽을 뜯어 달라는 ‘박씨’가 이상했지만 그의 말을 들어줬고 잠시 후 ‘박씨’는 좀 더 황당한 부탁을 합니다.
뒤에 놓여 진 나무상자(가로 110cm,세로 40cm,높이 80cm)를 가리키며 방습제를 넣은 상자이니 벽면에 넣고 콘크리트를 발라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뭔가 수상하긴 했으나 설비업자는 ‘박씨’의 말을 들어줍니다. ‘박씨’는 웃돈도 얹어주며 고생했다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고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으나 별일 없이 그의 작업은 끝이 났습니다.
그런 ‘박씨’의 범행이 들통난 것은 10월 10일, 지방에서 살고 있는 아들 내외가 혼자 사는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며 실종 신고를 하면서입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박씨’는 ‘송씨’의 핸드폰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었습니다. 사실 아들 내외의 실종 신고가 늦어진 것도 그동안 ‘박씨’가 ‘송씨’의 핸드폰으로 수작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송씨’의 시신을 처리한 다음에 건물주와 지인에게 ‘송씨’의 아들인척 통화하였고 아버지가 여행을 떠났다고 말하였습니다.
성남 수정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송씨’가 단란주점 인수때문에 ‘박씨’, ‘김씨’와 잔금 문제를 겪고 있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을 유력 용의자로 두고 수사에 임했습니다.
‘박씨’와 ‘김씨’의 진술을 들은 수사관은 둘의 이야기가 엇갈리는 부분을 확인합니다. 서로 ‘송씨’에게 잔금을 치룬 날짜를 다르게 말한것입니다.
전화기록을 확인하던 수사관은 ‘박씨’가 주점 내부공사를 했던 사실을 알아내었고 결국 ‘박씨’는 추궁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합니다.
범인 인터뷰내용
너무 무거워서 가게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나무 상자에 넣었습니다)
그 창고에 있던 가방에 담았습니다. 가게 직원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시신을)숨길데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너무 후회하고 돌아가신 분에게 죄송합니다.
‘박씨’는 사건 이후 자신이 ‘송씨’인 척 하며 건물주에게 전화해 ‘김씨’의 이름으로 사업자 명의를 변경 하고 ‘송씨’의 악기를 모두 팔아버리는등 끝까지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던게 밝혀집니다.
그는 후에 ‘송씨’가 동거녀인 ‘김씨’를 욕해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였으나 검찰은 범행 수법의 계획성, 잔인성을 들어 징역 20년을 구형하였고 법원은 징역 18년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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