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3. 18:38ㆍ범죄자 이야기
오늘 소개해드릴 나쁜 사람은 싱가포르에서 “지옥에서 온 관광객”이라 불린
존 마틴 스크립스라는 영국인입니다.
1959년 12월 9일, 영국의 허트퍼드셔에서 태어난 존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고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존이 9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15살에는 학교를 중퇴하게 됩니다.
학교를 중퇴한 그가 선택한 일은 여행을 다니는 것 이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그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필요한 여행 자금은 골동품들을 팔아 마련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고
1980년에 여행을 간 멕시코에서 한 여성을 만나 결혼까지 했던 존.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골동품을 파는 것 만으로는 여행 경비를 충당할 수 없었던 존은
자주 도둑질을 했습니다.
가게에서 물건 한 두 개를 훔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강도질을 벌였고
1982년에 체포되며 징역 3년을 선고 받습니다.
아내는 그에게 질려 떠나갔고 출소한 존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는 다시금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여행은 전과는 다르게 목적이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그의 목적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마약 밀매를 하는 것.
그렇게 여러 번의 밀매를 하던 존은 결국 영국의 히스로 공항에서 적발되며
1988년 1월에 징역 7년을 선고 받습니다.
수감 생활 중 그는 와이트 섬에 있는 올버니 교도소로 이감 됐고
그곳에서 모범수가 된 그는 석방 후 정육점을 열고 싶다며 정육일을 배웠다고 합니다.
석방이 1년 남은 1994년 10월에 그는 가석방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틀 후 탈옥을 하고 맙니다.
탈옥한 그는 어머니에게 돈을 받은 뒤 동료 수감자에게 얻은 출생증명서를 이용해
여권을 발급 받고 멕시코로 넘어갔습니다.
멕시코에선 여권을 잃어 버렸다며 영국 대사관에 분실 신고를 했고
이를 이용해 1995년 3월 7일에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그날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한 존은
공항에서 숙소 팸플릿을 보고 있던 제라드 로우에게 접근했습니다.
전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들렸던 남아프리카인인 제라드는
가명을 쓰고 접근한 존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권유로 함께 호텔방을 잡게 됩니다.
다음날 존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잠을 자고 있던 제라드를 살해했고
가방에 그를 넣은 뒤 로비로 향했습니다.
존은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제라드가 어제 자신을 유혹하려 해서 쫓아 냈다며
객실 등록 시스템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뒤 여유롭게 호텔을 빠져나옵니다.
그는 그 뒤로 제라드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현금을 인출하고 물건을 사는 등 쇼핑을 즐겼고
3월 11일에 체크 아웃을 하며 방콕으로 도망갔습니다.
제라드의 시신이 담긴 가방이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13일.
그 사이 방콕으로 도망간 존은 그곳에서 만난 쉴라와 그의 아들 다린을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 후 모자에게서 빼앗은 돈으로 쇼핑을 즐겼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이 자신에게 지명수배를 내릴 줄 몰랐던 존은
3월 19일에 싱가포르로 돌아왔고 공항에서 체포 됐습니다.
그는 투숙객 명단에서 제라드를 삭제했기에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경찰들은 그가 제라드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수배령을 내린 상태였던 겁니다.
게다가 그의 가방에서 쉴라와 다린의 여권과 신용카드가 발견되자
그의 또 다른 범행 역시 드러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처음 제라드를 살해한 것은
밤에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기에 거부 하다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 주장했습니다.
그 뒤 술을 많이 마시고 돌아다녔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쉴라와 다린의 사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쓰고 다닌 그가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라며
사형을 구형했고 판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사형을 선고합니다.
당신이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죽였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피해자의 시신을 호텔 뒤쪽 강에 유기한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피해자들의 몸에 남은 흔적은 같은 방식의 동일 인물이 했음을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이에 따라 당신에게 적합한 형벌은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감옥에 가둬두는 것일 겁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바랍니다.
그 밖에도 그의 소행으로 보이는 다른 세 건의 범행이 더 발견됐으나
정확한 물증이나 자백은 없었기에 그는 세 건의 범행만이 인정되며 감옥에 갇힙니다.
1996년 4월 19일 그의 형이 집행됐고
이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업보는 업보입니다. 그것은 이제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죠.
그렇게 그는 싱가포르에서 살인죄로 교수형을 당한
최초의 서양인으로 이름을 남기며 37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했던 존.
여행의 종착지는 고향이라 하지만 그의 종착지는 지옥일 것입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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